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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사라진 청소년들을 찾아라 _ i-view
  글쓴이 : 느루     날짜 : 15-07-06 16:28     조회 : 1235    
도서관에서 사라진 청소년들을 찾아라~
가좌동 주민들이 만든 청소년 인문학 도서관 ‘느루’
동네 어린이 도서관은 오늘도 엄마 손잡고 방문한 꼬마 독서인들 덕분에 북적인다. 유아,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안타깝게도 그 후 중학교 진학과 함께 도서관에서 책 읽는 청소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 많던 꼬마 독서인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가좌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청소년 공간, '느루'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도서관 ‘느루’에 들어서자 방명록이 눈에 띈다. 도서관 입구 한 켠에는 필요하면 가져가도 좋다는 문구가 적힌 참고서 서가가 특이하다. 이곳 도서관은 기존 책을 읽는 공간을 벗어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느루’는 시나 구에서 만들어준 도서관이 아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동네도서관이다. 어린이 도서관을 졸업한 청소년들에게 책 읽을 공간을 마련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동네어른들이 돈을 모아 만든 도서관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중학생들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만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어른들의 생각이 모여 이 공간이 생겼네요.” 권순정 대표는 주민들과 함께 청소년 인문학 도서관을 만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권순정 대표


중·고등학생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면 도서관에서 사라진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단다. 그 예감은 적중했다.
2008년, 가좌동 6개 중학생 1,200명에게 질문지를 일일이 돌렸다.
‘가장 많이 가는 공간은 어디인가?’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어른들의 놀이공간을 그들은 그대로 답습 중이었다. 노래방, PC방, 당구장... 그들만의 공간을 꿈꾸는 10대들에게 어른들은 꿈을 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닌 그들만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청소년 도서관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지에는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수다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등 그들만의 하고 싶은 꺼리가 쏟아졌다. 놀라운 사실은 대답 중 많은 학생들이 ‘진로탐구’가 가능한 공간을 갈망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을 우리 청소년들은 기특하게도 고민하고 있었다.
이곳 도서관이 진로탐구와 직업체험을 수시로 열고 있는 이유다.



설문조사를 통해 도서관 개관을 함께 할 친구들을 모았고, 그들과 동네주민들은 3년간 도서관 건립에 많은 참여를 아끼지 않았다. 5,000원에서 1만원까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들이 원하는 동네도서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어떤 동네주민은 천만 원에 달하는 전기공사를 공짜로 선뜻해주었다. 책은 대우자동차에서 기증해 주었다. 서가도 생겼다. 아이들은 도서관 벽에 칠을 도왔다. 책에 바코드도 아이들이 직접 붙였다. “이곳에 열쇠를 달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어느 순간 열쇠가 달려 있었다. 여름철 모기가 극성일 때 누군가는 살며시 방충망을 달아 놓았다. 이렇게 동네사람들이 꿈꾸는 공간은 도서관다운 모습을 갖춰갔다.
이 도서관에는 사서도 청소도 운영도 모두 학생과 동네사람들의 봉사로 이뤄진다.


우리동네 문화복덕방, ‘느루’
‘느루’의 뜻은 ‘한 번에 휘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지닌 순수한 우리말이다. 많은 자본과 계획으로 세워진 거대한 도서관과는 달리 3년간 조금씩 준비된 도서관의 의미를 함축시킨 이름이다.

‘느루’는 ‘우리동네 문화복덕방’을 꿈꾼다. 옛날 ‘복덕방’에는 동네 부동산 물건을 연결해주는 곳이자 동네 아저씨들의 사랑방이 되어 동네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느루’도 청소년과 어른이 연계되어 동네에서 함께 배우고 함께 노는 공간이길 꿈꾼다. 동네 어른들이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직접 직업체험을 하기도 한다. 동네 빵집 사장님은 자신의 빵가게를 오픈, 아이들에게 일일 파티시에가 되게 해주었다. 일식집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직접 스시를 만들어보는 직업체험을 하게 했다. 마침 이날은 유명 호텔 셰프를 모시고 생생한 셰프의 직업세계를 듣고 있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기계커피를 추출할 줄 안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자원봉사로 일하기 때문이다.


대형도서관에서는 볼 수없는 풍경이 이곳에서는 벌어진다. 남녀가 함께 체스를 두고 동네 선후배가 함께 바둑을 둔다. 한 켠에서는 동네 교수님이 논어를 가르치고 시사토론을 벌이는 청소년의 모습도 보인다. 이 모든 것은 청소년위원회에서 1년간 계획을 짜고 행사를 섭외한다. 15명 정도의 청소년들은 각 달에 하고 싶은 사항을 회의한다. 도서관에 있는 칠판에는 ‘안경 없이 살아보기’, ‘새로운 외국어 배워보기’, ‘야마카시 해보기’ 등 많은 희망과 꿈이 적혀 있었다.


정재용(남인천고, 3)학생은 “이곳에 오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학교에서는 제 또래 친구들만 만나게 되어 한정적인 인간관계를 맺지만 이곳에서는 동네 어르신과 후배들을 만나죠. 일주일에 1~2회 커피 자원봉사를 하는데 제가 내린 커피를 엄마가 오셨을 때 드렸더니 너무 기뻐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이근호(남인천고, 3)군은 “도서관 개관할 때 책 바코드를 붙였어요. 제가 붙인 책, 작업한 공간이라 남다른 애착이 갑니다.”라며 집과 같이 친근한 공간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노민기(남친천고, 3)군은 “동네에 이렇게 아늑한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이곳에 오면 할 것도 많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서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가좌동에 ‘느루’는 그렇게 청소년들을 키우고 있었다. 옛 복덕방이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쉴 공간이 되었듯 ‘느루’는 때론 혼자이고 싶고, 때론 방황하고 싶은 우리네 아이들을 품어주고 꿈을 키워주는 문화복덕방이 되고 있었다.
가좌동에는 청소년들이 맘대로 상상한 공간을 지역 어른들 140여명은 기꺼이 만들어 주었고 덕분에 아이들은 방황하지 않고 동네에서 놀고 있다.

*느루
이용시간 : 오후 1시~9시(평일), 오전 11시~오후 9시(토요일)
          ※ 일, 월, 공휴일은 휴무
내용 : 직업체험, 진로캠프를 희망하는 학교는 다양한 직업군을 만날 기회를 제공함
문의 : ☎032)576-0106

이현주 I-View기자 o7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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